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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이야기

[지리지1]지리지의 정의와 역사

by bookstory 2008. 12. 15.

지지(地志) 또는 지지(地誌)라고도 불리는 지리지(地理誌)는 일정한 지역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기록이다. 지리지는 자연지리적인 내용뿐 아니라, 역사‧문화‧사회‧경제‧정치‧행정‧군사 등과 같은 인문지리 내용까지 풍부하게 담고 있어, 지리지가 담고 있는 시대와 지역의 모습을 이해하려는 연구자에게 최적, 최다의 정보를 제공한다. 조선시대까지 간행된 지리지 가운데 현존하는 것은 약 1,000 종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지리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만들어졌다.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어떤지역의 자연조건과 그 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기술하는 저술이 꾸준히 이루어졌으며, 동양에서도 중국을 중심으로, 행정과 군사, 재정 등의 측면에서 통치자에게 지리적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지리지가 기원전부터 저술되어 왔다.


현재 남아있는 우리나라 전통시대 지리지의 선구적 형태는『삼국사기』지리지와『고려사』지리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지리지가 편찬되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삼국사기』등에 등장한다. 백제는 지리지를 편찬하였을 뿐 아니라 일본에 지리서를 전하였으며, 신라도 강역(疆域) 등을 기록한 지리지를 만들었다고 하나, 현존하는 것은 없다. 고려시대에도 적지 않은 지리지가 편찬되었을 것으로 보이나, 현재 남아 있는 것은 1145년 편찬된『삼국사기』지리지가 유일 하다. 따라서 『삼국사기』지리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리지인데, 중국의 영향으로 사서의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다. 그 내용은 국토의 위치, 국호의 변천, 행정구역의 연혁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두(吏讀)식 지명이 그대로 담겨 있어 고지명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 다양한 지리지가 편찬되기 시작한다. 먼저 1432년(세종 14)에는 『신찬팔도지리지(新撰八道地理志)』가 만들어지는데, 이 책은 조선왕조 들어 왕명에 의해 이루어진 최초의 지리지 편찬사업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현존하지 않고, 이 책을 편찬하기 위해 각 도(道)에서 만든 도별 지지 가운데 1425년에 만들어진『경상도지리지(慶尙道地理志)』가 현존하여 그 구성과 내용을 추정할 수 있다. 『경상도지리지』는 연혁‧산천‧관방‧공물‧호구‧성씨‧인물 등 인문과 자연에 걸친 풍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신찬팔도지리지』가 상세하고 다양한 내용으로 체계적으로 구성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1451년(문종 1)에는 『삼국사기』지리지와 유사한 형식과 내용으로 구성된 『고려사(高麗史)』지리지(地理志)가 편찬되었고, 1454년 (단종 2)에는 『신찬팔도지리지』의 내용을 보완한 『세종실록(世宗實錄)』지리지(地理志)가 만들어졌다. 이들을 이어 조선시대 전시기에 걸쳐 다양한 지리지가 제작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려사 지리지 '강화현' 부분


조선지대 지리지는 역사서의 부록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지리서로 편찬되어 한국지리학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독립된 형태의 지리서는 이전의 지리서와 외형상의 측면 뿐 아니라 내용상의 발전도 보이고 있다. 조선시대에 본격적으로 편찬되는 지리지들은 역사‧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관한 폭넓은 관심을 바탕으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인문지리서이다. 조선시대 지리지의 내용은 역사서에서 기록하지 못하는 각 지역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를 수록하여 현재까지 당시의 지역사정을 전해준다. 이는 중세 지리지의 체제를 정립하여 새로운 지리학과 지방지 편찬의 범형(範型) 수립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 지역문화와 디지털콘텐츠(김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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