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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토사구팽(兎死狗烹)

by bookstory 2012. 10. 9.

춘추전국시대의 월왕 구천의 상장군으로 임명된 범려에게 나온 말입니다. 정치인들이 많이 쓰는 말이기도 하죠.
뜻은 토끼가 죽으면 개를 삶는다라는 말입니다. 힘들때는 실컷 이용하다가 필요없을 때는 내치는 경우를 뜻합니다. 범려가 상장군으로 있을때 그는 월왕 구천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었던 터라 자신이 오래지나지 않아 모함으로 죽게 된다는 것을 예감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범려는 사직서를 내고 떠나기로 마음먹지만 월왕 구천이 이를 어떻게 받아 들일지 뻔히 알고 있기에 나름 묘수를 떠올립니다. 왕에게 보낸 사직서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신은 이렇게 들었습니다. 군주에게 근심이 있으면 신하는 수고롭고, 군주가 욕을 보면 신하는 죽는다고 말입니다. 지난날 군왕께서 회계에서 치욕을 당하셨는데도 죽지 못한 것은 이 일 때문이었습니다. 지난날의 치욕은 이미 씻었습니다. 하오니 이제 회계의 치욕에 따라 신의 목을 베어주십시오!"

이때 구천은 "나는 그대와 이 나라를 나누어 가질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대를 죽이겠다."  이런 말은 윗 상사나 최고 권력자의 보편적인 바람일 뿐입니다.

범려는 제나라로 떠납니다. 이에 월왕 구천은 더이상 그를 만류하지 못하고 회계산 일대를 범려의 봉읍으로 내려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범려의 절친한 친구인 문종에게 배려의 서신을 띄우게 됩니다.
"날던 새가 다 잡히면 좋은 활은 숨겨 두는 것이요. 교활한 토끼가 잡히고 나면 사냥개는 삶기는 것이외다. 월왕 구천은 목은 길고 입은 새처럼 뾰족하여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할 수 없는 인물이오. 그런데도 그대는 어찌하여 떠나지 않고 있소?"

그러나 범려는 이를 고민하다 가신으로 부터 모함을 받아 월왕 구천으로 부터 스스로 자결할 것을 명령받습니다. 짧은 순간에 판단의 머뭇거림이 문종을 죽음으로 몰았던 것이죠. 부귀와 영예를 뒤로한채 스스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이리도 쉽지 않은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단을 미루다 목숨을 잃고 불명예와 회한만 남게 되는 문종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국 이와 다르지 않은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범려는 제나라로 이주하여 열심히 논과 밭을 갈아 오래지않아 큰 부자가 되기에 이릅니다. 이를 안 제나라의 왕은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 합니다. 그러나 범려는 자신의 재산을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도(陶)라는 지역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이때 범려는 상업도시인 도에서 장사를 하여 또 다시 수만금의 재물을 모으게 됩니다.

범려는 생산과 상업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 명민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세번의 성공에 이른 범려는 세상에 그 이름을 떨치게 됩니다. 범려는 월이 오나라를 함락하게 되었을 때 오나라의 애첩 서시를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범려는 세번의 성공일화와 함께 서시라는 아름다운 아내를 데리고 조용히 삶을 살았다고 하니, 어찌 세상의 뭇 남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판단이란 주변의 모든 정황과 자신의 지혜를 잘 이용하는데서 시작됩니다. 순간의 판단이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데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나이가 들어 지난 과거의 오류를 인식하는 것보다 범려라는 인물을 통해 현재 자신이 어떤 처세로 살아가야 할지, 그리고 순간의 머뭇거림 없이 어떻게 판단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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