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그림속에 슬픈 이야기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림책 하나를 빼들었는데 지금 40~50대 되신 분들을 생각나게 하는 그림책 이었습니다. 당시 사회상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그림책.
책 제목은 "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제목만으로는 감을 잡을 수 없는 그림책입니다.
초췌한 남녀 두 아이가 차창을 바라보며 어디론가 가고 있군요.
두 아이의 이름과 서울에서 시골로 가는 짧은 설명으로 글은 시작합니다. 언뜻 보아도 누나(보미)와 남동생(재영)임을 알 수 있어요.
아버지는 시골에 두 자녀를 내려주고 서울로 가버립니다. 시골에 도착한 두 남매는 낯설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시골밤은 아주아주 캄캄해요.
시골에서 맞는 첫 아침입니다. 보미는 앞으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곳 시골에서 당분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마당에서 바라본 동네. 집들이 띄엄띄엄 있어요.
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바글바글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보이지 않아요. 2학년이 모두 4명.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서울의 하교길과 사뭇 다른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골짜기와 논, 밭, 풀, 새들의 울음소리. 적응하기 힘든 보미는 적적하고 쓸쓸해 보입니다. 남동생은 시골이 그리 싫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직 철이 안들어 그런 것일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도시에서 듣지 못한 소리가 들려요. 보미는 궁금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 일까요? 두 남매는 시골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잘 적응하고 있는 듯 해요. 기특하게도 말이죠.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맑고 환한 둥근달은 또 다시 서울을 생각나게 합니다. 소의 풍경소리를 들어도 서울이 생각납니다. 이제 시골생활에 적응한 듯 하지만 문득문득 서울이 생각납니다.
서울 아이들은 여치와 메뚜기를 잘 구분 못 합니다. 거미줄에 걸려 발버둥 치던 여치를 보며 안타까워 합니다. 여치가 가까스로
탈출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놓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요. 보미와 재영이는 힘껏 집으로 달려갑니다.
비가 그친 후 보미는 풀잎에 맺혀 있는 이슬방울과 살며시 대화를 합니다. "야" 하고. 이슬방울이 떨어지고 보미 얼굴도 사라집니다. 보미는 엄마 얼굴이 자꾸 떠오릅니다.
이 그림책을 읽은 후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이런 그림책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냥 시골이구나. 심심하겠다. 적적하구나 그렇게 생각할까? 아니면 시골에 한 번 가보고 싶을까? 현실속 어른들의 세상과 아이들의 세상은 서로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비가내렸다.
풀잎에 빗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내 얼굴이 들어 있었다
내가 "야" 하고 가만히 나를 불렀다.
빗방울이 뚝 떨어졌다.
내 얼굴이 사라졌다.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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