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한반도를 대상으로 작성된 향토지들은 한반도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 정권을 지원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근대화 과정에서 일제의 식민지가 된 우리나라는 근대적인 지방사 연구 및 편찬 분야에서도 일제의 식민지 통치를 위한 자료 제공이라는 목적에 의해서 시‧군지 편찬이 이루어진다. 일제의 식민 통치를 위한 기초조사사업은 그 기관별로 볼 때 중추원과 총독부 각 기관의 조사, 경성제국대학 연구팀과 그 밖의 지방행정 구역 단위 및 개인적 조사로 구분된다. 일제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각종 제도와 관습에 관한 문화조사에 나서는 한편 현실 생활에 관한 조사에도 착수하였다. 즉 지역별 산업실태, 촌락구조, 각종 결사, 소작관습과 기타 민속에 관한 것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이전의 읍지와는 체제가 다른 근대적인 도사(道史), 부사(府史)가 편찬되었다. 이러한 시‧군지 편찬은 일면 그 지방의 지역사로서 지역문화의 변화‧발전 모습을 정리하면서,다른 한편에서는 일제 통치의 참고자료로서의 활용을 목적으로 수행된다. 일제강점기에 수행되었던 지역적인 전통문화 조사사업이나, 도사‧부사‧군사의 편찬 의도는 어디까지나 식민통치에 필요한 자료 조사에 있었던 것이며, 우리민족이 지역문화를 정리하겠다는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의지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러한 조사사업에서 지방사를 연구하는 데 기본 자료가 되는 고고학‧미술사에 관한 연구와 문헌자료가 많이 발굴‧정리되었다.
일제시대 과거 양반사회의 잔영에 향수를 느끼는 일부 지방의 유림과 문중에서 종전과 다름없는 지지(地誌)와 족보(族譜)를 속간하기도 하였던 사실이다. 일제강점기에 편찬된 도사나 부사는 조선시대 읍지보다는 그 내용이나 체재의 측면에서 한걸음 진전된 것이기는 하나 지역문화 연구의 본래 지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내용에 있어서도 편찬 당시의 지역 사정과 관련된 항목이 오히려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예컨대 1935년에 편찬된 군산부사를 보면, 모두 39장으로 나누어 서술된 내용 가운데 1장 「위치, 지세, 기후」, 제2장 「연혁을 제외하고는 개항 후 그것도 1930년대 이후 당시의 행정‧교육‧종교‧언론‧금융‧경제‧의료시설 등의 항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일제시대의 지역사 편찬이 식민지 지배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식민통치의 결과로 지역사회가 발전했음을 부각시킬 의도에서 나온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근대적 의미에서 한국인에 의한 본격적인 지역사연구는 해방 후 상당한 시일이 지난 1960년대 이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루어지게 된다.
참고자료 <지역문화와 디지털 콘텐츠> -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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