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되니 시골이 자꾸 그립습니다.
도시생활의 각박함이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를 때면 더욱 그러하지요.
최근 지인의 소개로 만난 저자 한 분이 따듯한 소설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책의 소개만 봐서는 어린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아동장편소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처음 책을 받는 순간 표지가 소박한(약간 촌스러운 표지)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
작가는 점촌이라는 시골에서 태어난 분이십니다. 지금은 문경시에 편입되어 사실상 사라진 농촌마을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행정편의상 이렇게 사라진 동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공부만 한 분(범생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동소설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하는 궁금했습니다. ^^
작가들은 자신의 삶을 투영해 작품에 담아낸다고 했던가요? 아마도 주인공 봉희가 바로 저자의 어릴적 모습이 아닐까 상상봅니다.
소설책을 간만에 읽은 터라 처음 몇 페이지를 몰입하여 읽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10페이지를 넘기면서 부터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책장을 술술 넘어 갔습니다. 시골풍경이 그대로 머리속에 펼쳐지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동영상처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시골에서만 쓰는 단어들은 옛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고, 읽는 내내 방학때면 시골집에 갔던 생각이 실타래 처럼 풀려 나왔습니다.
똥장군(똥그릇), 도리깨, 타작, 부지깽이, 낟가리 등 시골에 갔을 때 듣던 단어들이 낮설지 않았습니다. 시골풍경을 묘사하고 아이들의 행동 표현이 어떤 책 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는 시골스러움을 더욱 우려냅니다.
옛 시골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하고, 어린이 장편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변화, 당시의 사회상까지 책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나의 어릴적 추억과 풋사랑까지 새록새록 아지랭이가 피어 오르게 하는 소설. 장편 창작동화를 많이 읽어 보진 못했지만 스토리의 꼼꼼한 전개, 시골풍경의 사실적 표현, 책속에 비쳐진 어두운 산업사회로의 변화. 아름답고 순수한 아이들의 풋풋한 사랑까지 담아 낸 좋은 책 이었습니다.
요즘 처럼 숨돌릴 틈 없는 시대, 포근함이 느껴지는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독서 연령은 4학년 ~ 중학교 3학년 까지 읽어도 될 듯 합니다.
책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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